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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리 광고 사업 시작 이야기

제품 2024.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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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말, 거래수수료 0%인 에이블리는 PG 원가, 쿠폰 및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하면 계속 역마진을 보고있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당시 경쟁 플랫폼들은 수수료를 10% 이상 수취하였고, 셀러들이 이미 지불해본 경험이 있는 수수료 수준이기에 인상시에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수수료 인상은 생존을 위한 Low hanging fruit 였으나, 플랫폼이 돈벌이 스위치 켰다는 인상을 주게된 후 고객의 급격한 이탈을 겪었던 경험이 인터넷 시장엔 흔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단 명분이 없었던 수수료 인상 아이디어에는 반대했습니다.

 

 

마켓플레이스 수수료와 광고비의 이중고

플랫폼 사업을 한다면 대부분은 어림추산으로 가령 수수료 1% 올리면 매출 얼마가 증가하고, 플랫폼 참여자가 견딜 수 있는 정도를 스트레스 테스트 해보고, 버틸 수 있는 정도까지 천천히 올려보고… 이런 식의 쉬운 수리적 접근을 하고는 했습니다.

 

그러긴 싫었습니다. 비인간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적자 폭은 타개해 생존을 하면서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묘수를 찾고싶었고, 결론적으로 마켓플레이스 수수료는 그대로 놔두고 성과형 광고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른바 리테일 미디어로 불리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 저는 광고 시스템은 커녕 디지털 광고를 딱히 집행해본 경험도 없었습니다. 광고 제품을 다뤄보신 분이라면 당연히 아실만한 Frequency cap 같은것도 뭔지도 몰랐고, 아무튼 시장 조사를 면밀히 해봐야했습니다.

 

좀 살펴보니 대부분의 커머스 플랫폼은 거래 수수료와 광고비를 동시에 수취하고, 광고를 하지 않으면 자연 노출이 안되어 사실상 판매가 거의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Lump sum으로 보면 수수료의 통금액은 거의 20~30%까지도 육박했습니다.

 

쉽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거래 수수료는 원가수준으로 놔두고, 성과가 발생되었을 때 지불하는 광고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적자에 도움이 되면서도, 셀러들에게도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솔루션 도입 vs 자체 구축

광고 사업을 하기로 하고 몇가지 Projection을 해서 팀에 공유했고, 조금의 우려는 있었지만 딱히 반대는 없어 사업을 추진해보기로 했습니다. 모두가 모여 어떻게 도입할것인지 의견을 나누는데, 경영진을 포함한 다수 의견이 외부 솔루션을 도입하자는 쪽으로 모여졌습니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쉽고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으니까요.

 

다양한 솔루션 업체들을 만났는데, 저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API 정도를 심기만 하면 입찰 시스템이나 광고 어드민 등 이미 구축되어있는 서비스를 즉시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실험적 측면에서나 개인적인 성과 측면 등 여러면에서 솔루션 도입이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었으나, 고심에 휩쌓였습니다. 외부 솔루션 업체의 정형화된 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하기에 커스터마이징이 어렵고, 별도의 광고 어드민을 사용해야 해 셀러의 추가 관리 포인트가 발생하고, 입찰 등의 기존 인터넷 광고 서비스들의 셈법을 그대로 따라야 했기 때문입니다.

 

 

자체구축해서 3개월안에 시작해봅시다

빠르게 테스트 해볼 수 있는 외부 솔루션 도입 대신, 에이블리의 셀러 어드민과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셀프 서브 플랫폼으로 자체 구축을 하자고 팀에 이야기했습니다. 다양한 챌린지가 있었지만 위에 기술한 문제점과, 특히 머신러닝 기반으로 개인화 추천을 하던 에이블리의 지면의 형태와, 단순 노출에 치중된 기존 솔루션이 중기적으로 봤을 때 사업 확장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임은 분명했습니다.

 

다들 수긍되었고, 최소범위로 해보자고 의견이 모여졌습니다. 개발 범위를 정말 정말 축소했고, 노출 지면은 메인 화면 최상단 아이템 3개만, 번거로운 입찰 방식이 아닌 자동 집행 및 광고비 차감 방식 등 몇가지 핵심 원칙을 정하고 필요한 기능을 써내려갔습니다.

 

백지에서 시작한지 4개월이 되었을 때 초초초 MVP 버전이 나왔습니다. 역시 생각보다 더 오래걸렸어요. 일부 셀러들에게 무상으로 테스트해가며 피드백을 수집했는데, 역시 고객의 목소리가 전부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 생각으론 셀러들이 사입, 소싱, 촬영, 배송, CS 등 너무 바쁠 것이기에, 광고 집행 및 관리 포인트까지 부담을 주어선 안된다는 생각에 정말 최소화된 광고 캠페인 생성 및 성과 확인 대시보드를 만들었는데, 광고 집행은 쉽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성과가 불투명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얻었습니다.

 

그렇다고 기존 광고 시스템의 셈법인, CPA니 전환율이니 뭐니 뭐니... 정보를 오만가지 다 늘여놓고 알아서 해석하라는 방식으로는 풀고싶지 않았습니다. 서비스는 항상 단박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또한 계속 드릴다운 해보면, 결국 셀러의 근원적 니즈는 성과를 자세히 알고싶다 보다는, 결국 광고 해서 객관적으로 얼마 더 버는 것이냐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베타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 광고 시스템 자체의 고도화보다는 노출 로직 개선에 집중하며 주단위로 테스트하여, ML Engineer님과 노출 로직의 기존 버전과 신규 버전을 비교해가며 구매 전환율 등을 최적화하는 작업을 했고, 일정 수준의 ROAS를 보장하여 셀러가 진짜 돈을 벌 수 있는 형태로 제품을 개선해나갔습니다.

 

이때 강석훈 대표님을 비롯해 개인화 추천에 일가견 있고 정말 진심인 팀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에이블리는 추천 로직에 진짜로 진심인 팀입니다.

 

치열했던 노출 알고리듬 고민들의 흔적

 

이 작업에만 2개월이 소요되어 결국 3개월 목표는 지키지 못했고, 2021년 7월 베타 버전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됐고, 그래서 에이블리 광고하면 돈 벌 수 있어요?

베타 버전을 셀러 어드민에 소극적으로 런칭했습니다. 배포하고 얼마가 지났을까, 이런저런 셀러 카페들에서 피드백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네이버 카페 셀러오션

 

이미 2달간의 효율 실험으로 괜찮은 ROAS가 제공되는 것은 확인했었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셀러들에게 잘 전달해 소프트 랜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내외부 공지 및 MD분들을 통해 셀러분들이 경험해볼 수 있는 무상 비용을 지급하였고, 매출을 더 낼 수 있게 설계했다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셀러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은 피드백은, "그래 너네 잘 한거 알겠어, 하지만 피부로 와닿지 않아" 였어요. 셀러분들이 느끼시기에 CVR/CTR/ROAS... 정량적 수치를 서빙드리는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었어요.

 

그 배경에는 그간 여러 광고 플랫폼들이 관행적으로 후하게 성과 측정 기준을 가져가서, 온라인 광고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뢰가 기저에 깔려있었습니다. 예를들어, 어떤 플랫폼은 광고 클릭 기여 기간(Attribution Window)을 두달로 잡는 경우도 있고, Multi-touch attribution 이랍시고 Organic으로 봐야할만한 데이터도 박박박 긁어서 ROAS로 잡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그래서 광고를 켰을 때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매출 변화를 느끼게 해드리기 위해 제품 이모저모에서 녹이는 시도를 했습니다. 예를들어, 경쟁사의 광고는 모든 상품을 다 광고해야하는 것이라면, 제 접근법은 머신러닝으로 학습된 데이터에서 광고하면 매출 상승이 보장될만한 상품을 추출해 "광고 하면 좋은 제품"을 라벨로 박아서 그것만 광고할 수 있도록 제품화를 해봤어요. 셀러분들이 진정성을 느끼실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당연히 모든 상품을 광고하는게 이득이겠죠.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는 결정이었지만, 셀러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이익을 앞에, 수익은 후행적 결과로

심플을 생각한다 (모리카와 아키라 前 라인 CEO)

 

이듬해인 2022년에는 광고사업실을 구축하고 세일즈팀 및 운영팀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팀원분들과 항상 되뇌인 원칙은 그 무엇보다 셀러의 매출을 맨 앞에 두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TAM(Total Addressable Market)를 추산해 경영에 꼭 필요한 전사 실적 기여분을 예상하는 정도의 작업은 했습니다만, 실제로 광고 사업의 매출 목표치 같은 탑라인은 진짜로 아예 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셀러 성장과 성과 지표 개선을 앞에 두고 후행적으로 광고 매출을 집계할 수 있도록 Projection을 했어요. 그 결과 베타 런칭 반년만에 연환산매출 000억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셀러분들의 평균 매출 향상을 이뤄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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